2021. 4. 12. 00:18ㆍ싱가포르 (2018.08~2020.11)
첫 직장을 떠나는 것이 첫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것보다 힘들었다는 거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모든 처음이 어렵다고 하는데, 역시나 첫 퇴사도 매우, 아주 많이, 심각하게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전 직장에서의 마지막 반년은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뿐이 표현할 수 없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어서에요. 싱가포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통제를 위한 락다운을 실행하면서 하우스메이트(housemate) 외 사람과 만나는 게 아예 불가능해졌고, 장보기, 가까운 거리 산책 외의 목적으로 집 밖을 나갈 수 없었어요. 타지에서 나만의 커뮤니티를 백지상태에서 부터 새로 만들어서 살아가던 저에게 갑자기 늘어난 혼자만의 시간은 매우 빠르게 외로움 그리고 우울함을 낳았어요. 특히, 밖에 빨간 옷을 입은 "관리요원"들이 활보하며 내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나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마치 새장 안에 갇힌 느낌이었어요.
물론, 이러한 방역수칙 때문에 상황이 많이 안정됐다는 걸 인정 안 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다만 그 과정에서 내 자유를 억압받은 느낌을 받았고, 극도로 우울해졌다는 거죠. 차라리, 첫 직장에서의 2년 4개월 중에 가장 바쁜 시즌을 코로나와 함께했다는 게 다행인 거 같기도 해요. 우울할 때는 바쁜 거만큼 좋은 약이 없거든요! :)
이러한 상황 때문에,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연봉 두배의 오퍼를 버리고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싱가포르에서의 소중한 인연들, 특히 회사 동료로 만나 아직까지도 연락하는 친구가 된 그들 때문에 이전 회사를 떠나기 힘들었네요. 내 능력을 인정해주는 상사, 자기가 아무리 바빠도 내 사사로운 질문까지 답변해주는 사수, 그리고 회사 욕, 상사 욕, 가끔은 날 힘들게 하는 팀원들 욕을 하며 마치 자기 일처럼 짜증 내주는 동기가 있어 저의 2년 4개월은 더욱더 특별했답니다.
그래서, 더욱 더 제 진심을 담아 모든 동료들의 성공을 기원하며 마지막 이메일을 아래처럼 적었죠.
Hi friends,
After much deliberation, I've decided to end my journey at PwC today to seek new ventures and opportunities. Thank you for being so welcoming since day 1. I wouldn't be able to add Singapore to my list of homes if it weren't for your kindness and care.
Needless to say, I've grown in so many ways professionally from working with you, and appreciate all the support and mentorship you've given me. I hope you continue to do the same for your colleagues.
Though I've lived in multiple countries (across the continents!), I don't think I can ever get used to goodbyes. Please stay in touch, and let me know if you're ever visiting Korea! I have a long restaurant list for you to try out! :) I've included my personal email here.
Wishing you all the best in your career and personal life. Cheers,
Sue
안녕하세요.
저는 심사숙고 끝에 새로운 모험과 기회를 위하여 오늘 이만 PwC에서의 여정을 마치기로 결정했습니다. 첫날부터 따뜻하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받았던 친절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저는 싱가포르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직역: 제가 받았던 친절과 보살핌이 없었다면 저의 집 목록에 싱가포르를 추가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저는 싱가포르 외 한국, 일본, 미국에서 살았어서 집이 여러 나라에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요!)]
말할 필요도 없이,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전문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여러분이 제게 주신 모든 지지와 조언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동료들을 위해 계속 그래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여러 나라에서 살았지만, 작별인사에는 익숙해지지 못할 것 같네요. 앞으로도 계속 연락하고 지내요. 또, 한국에 오실 일이 있으면 알려주세요!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하는 레스토랑 리스트가 있습니다!:) 제 개인 이메일 cc 했습니다.
커리어에서도 개인 삶에서도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
쑤 드림
파파고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로 번역했더니, 왠지 메일에서 친근함이 빠진 것 같네요. 영어 원본에서는 마치 친구와 대화하 듯 적었답니다.
그럼, 오랜만에 싱가포르에 있는 친구들과 연락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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