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4 데이터 컨설턴트라면...?

2021. 4. 7. 23:37싱가포르 (2018.08~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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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Big 4 기업 중 한 곳에서 인턴 하다 때려치운 내 친구를 만났다. 손에 내 생일선물을 들고 무려 내 회사 근처인 선릉까지 찾아와 준 그녀는 웃고 있었지만 피곤함을 숨기기에는 어려웠나 보다. 환한 미소와 높은 목소리 톤이 매력 포인트인 그녀가 이렇게까지 피곤해 보이다니... 내가 굳이 약속을 점심시간에 잡아서일까 라는 생각에 괜히 미안해졌다.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다 한국에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이 친구도 3년 만에 처음 만나는 거였다. 친구는 미국에서 근무하다 한 일 년 전쯤에 다시 귀국했는데, 부모님이 너무 그리워하셔서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고 했다. 형제자매가 한국에 있었다면 돌아오지 않았을 거라는 말에 '미국에서 정말 행복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부러웠다. (나도 싱가포르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은 넘쳐나지만, 적어도 마지막에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을 겪으며 너무 우울해져 귀국한 건 사실이니까....)

 

  우리는 칼국수를 기다리며 3년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연스럽게 토픽은 연애, 공부 등 대학교 때 나누었던 이야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커리어 걱정, 돈으로 옮겨졌다. 친구는 싱가포르에서의 내 페이를 궁금해했고, 나는 솔직히 말해주었다. 한국 Big 4 페이와 비슷하거나 아주 살짝 높지만, EP(Employment Pass) 소지한 외국인 근로자는 첫 1년에 한해서 소득세를 내지 않고, 또 연금을 받지 않는 대신 회사에서 월급의 18%를 미리 더 주기 때문에 결국 실 소득액은 차이가 좀 난다고 알려주었다. 개인적으로 이 연금 관련 복지가 우리 회사 복지 중 제일이었다고 생각하는 데, 매년 월급이 올라가면 연금 비율도 더 높아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쏠쏠했다.

 

 

전 직장 출입증~~

 

  또, 우리 회사는 약간 사회주의? 같은 페이 시스템이 수립되어 있었는데, 주니어 레벨(매니저 전 단계)은 페이가 거의 픽스되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중간에 다른 회사에서 이직을 한 경우에는 페이밴드를 적용하여 연봉을 설정하지만, 신입부터 시작하면 정해진 scheme을 따라 쭉쭉 올라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신입으로 S$1000을 받는다면, 내년에는 S$2000, 내후년에는 S$3000을 받는다는 걸 미리 알면서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확실히 열심히 할 인센티브가 없다. 내가 잘하던 못하던 연봉 인상률이 같은데 굳이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나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도 많이 고생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이러한 나름 불공평한 시스템이 있어도 별로 컴플레인이 없었다는 거고, 그 이유가 개런티 된 연봉 인상률이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다! 실제로, 난 첫 해에 무려 13%가 인상되었다! (참고로, 상여급은 성과에 따라 다르다.)

 

  비록 페이는 그닥 차이가 크지 않지만, 워라밸 측면에서는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사실 컨설턴트라고 하면 주말 근무를 포함한 살인적인 근무시간, 클라이언트의 갑질 등 네거티브한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물론, 성장 가능성이 어마어마한 건 사실이다. 실제로 대규모 투자를 받은 벤처/스타트업 대표 중 높은 비중이 BCG, McKinsey 등 컨설팅 업계 출신이고, 대기업의 높은 포지션에서도 컨설팅 출신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끝없는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가득할 거 같은 이미지지만, 싱가포르에서의 내 컨설턴트로써의 삶음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물론 주 79시간까지 일해봤지만, 그만큼 쉬었다. 빡센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할 때는 새벽 1-2시까지 야근을 하지만,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2주씩 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연달아 있었던 암울한 경우도 몇 번 있었지만, 확률적으로 흔치 않다.) 특히 12월에는 마지막 2주에 회사가 shutdown period에 돌입하기 때문에, 휴가 및 재택근무 잘 사용하면 거의 한 달씩 쉴 수 있다. 이번 회사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ㅠㅜㅠ 인턴 하면서 까지도 매일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새벽 6시에 출근하고, 주말에 일 안 하면 눈치를 봐야 했다던 내 친구의 삶은 전혀 상상 불가능이다.

 

At a restaurant by Singapore River

 

  원래 이 글의 제목을 'Big 4 데이터 컨설턴트에서 스타트업인으로'으로 정했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계획에 없던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놓게 된 거 같다,,, 다음에 꼭 어떻게 스타트업에 지원하게 됐는지 공유해야짓!

 

퇴근 길 하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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