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4. 5. 22:33ㆍ싱가포르 (2018.08~2020.11)
어쩌다 보니 싱가포르였다. 설렘보다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내 눈빛을 아무도 몰라주길 바라며, 싱가포르 한인 온라인 커뮤니티(한국촌)에서 찾은 나의 보금자리로 두 개의 트렁크를 끌고 향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3개월도 안된 23살의 나였다.
처음에는 딱 1년만 살다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었기에 1년 계약이 가능한 집만 알아봤었다. 싱가포르에서는 보통 1년 계약을 하면 한 달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2년 계약을 하면 두 달치 월세를 낸다. 3년 계약하는 사람은 흔치 않지만 세 달치 월세를 내지 않을까?
보증금(S$ 1100)과 첫 달 월세(S$ 1100)는 다행히도 부모님께서 내주셨다. 참고로 싱가포르 물가는 거의 항상 아시아 TOP 1이며, 월세도 당연히 만만치 않다. 꼬박꼬박 내 통장을 스쳐가던 월세 생각만 하면 아직까지 가슴이 너무 아프고, 괜히 억울하다. 비록 신입 페이가 한국 평균보다 아주 조금 높긴 하지만, 그래도 생활비 고려하면 부모님 집에서 사는 거랑 비슷할 거다.
사실, 우리 부모님께서는 월급 전 한 달간 생활비도 챙겨주셨는데, 불효녀 소리를 듣겠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부모님 돈으로 살 때가 그립다. (비록 용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두 명의 하우스메이트들이 생겼는데 두 분은 같은 헤어숍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계셨다. 싱가포르에서의 k-pop의 위력은 생각 이상으로 대단해서, 한국사람을 대체적으로 좋아하고, 반겨주며 (10년 전만 해도 이러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 문화, 스타일 등이 엄청난 인기다. 실제로 내 프랑스인 상사는 쇼핑을 가면 'Made in Korea'라고 하며 옷을 비싸게 판다고 나한테 불평했다. 하여튼, 그래서 한국 헤어숍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프리미엄을 받으며 장사 중인데, 생각 이상으로 한국 헤어숍이 많으며 또 비싼 데는 진짜 비싸다. 조금 비싸도 믿고 머리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다. 해외에 살면서 좋은 미용실 찾는 건 정말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미국에 4년 살면서 피부로 느꼈었다... (한동안 내 친한 친구 별명이 '쑥쑥이'었는데, 머리 윗부분을 엄지손가락 길이로 잘라놔서 마치 싹이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는.... 후... 한국이 최고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하우스메이트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하면 삶이 꼬인다고 한다. 대학 생활 4년 동안 같은 하우스메이트와 산 사람은 내 주변에 나밖에 없을 정도로 서로를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나기는 매우 힘든 일인데, 다행히도 난 두 언니랑 모두 매우 잘 맞았다. 비록 나랑 나이 차이가 15년 이상 났지만, 다들 날 너무 잘 챙겨주셨다ㅠㅠㅠ 맛있는 것도 엄청 많이 해주시고, 싱가포르에 친구가 하나도 없던 내가 심심하지 않게 여기저기 데려가 주셨다.
난 정말 인복 하나는 타고 난 거 같다. 대신 언니 두 분은 영어랑 그다지 친하지 않아서, 내가 통역사를 자청했다! 솔직히 말해서, 2년 이상이 지난 오늘 언니들과 연락하진 않지만 (대신 싱가포르에서 만났던 또래의 친구들과는 아직까지도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 그래도 오늘까지도 언니들을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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