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마지막 날: 동생과 데이트, 석촌 위딘커피

2021. 8. 31. 20:39일상 (20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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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자작자작 내리다가 갑자기 시원하게 쏟아지네요. 하늘도 오늘이 제 여름휴가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을 아는 걸까요? 내일 다시 회사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나면서도, 또 기대가 되기도 하네요. 역시, 집에서 쉬기만 하는 것은 저랑 잘 안 맞아요. 원래 오늘 계획은 동생이랑 볼링장에 가는 것이었는데, 비가 이렇게 오니 과연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동생은 비올 때 나가는 것을 증오하거든요.

휴가 내내 별다른 기획 없이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렇게 제 생각의 흐름을 기록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좋아요. 글을 쓰면 이 순간 저의 생각에 집중해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예전에는 그림을 그릴 때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글쓰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찾아서 행복해요. 사실, 지금 옆에 제 친동생이 저를 째려보고 있어요. 글을 그만 쓰고 자기를 즐겁게 해 달라는 표정 같네요. 그렇지만,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게 명확하게 있는 것은 아닐 거예요. 그렇다면 진즉에 요구를 했을 거니까요. 앗, 방금 원하는 것을 말했어요. 저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싶다고 하네요. 어떡하죠? 저는 뭘 계속하는 해야 하는 사람인데요.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저희 집 귀요미 뚱이는 소파 쿠션을 기대고 편히 누워있어요. 하루 3분의 1을 수면으로 보내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금방이라도 깊은 잠에 빠질 것처럼 눈을 깜빡거리고 있네요. 뚱이는 집견이에요. 산책을 무서워하고, 집을 제일 사랑해요. 밖에 나가면 동상처럼 가만히 앉아 집으로 데려가 달라고 시위를 해서 골치가 아파요. 물론, 그게 뚱이의 매력이기도 하지만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한 30분간 천천히 스트레칭과 폼롤러 마사지를 하고, 슬의생을 보면서 천혜향, 계란후라이, 그릭요거트+올리고당 & 라미스콘을 적힌 순서대로 먹었어요. 저는 이런 여유로운 아침이 너무 좋아요. 바쁘게 준비를 하고 회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아침을 맞는 이런 나날들이 계속됐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퇴근시간이 늦어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니 조금은 이기적인 걸까요? 아니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데 실행을 못하는 것이 슬픈 걸까요? (물론, 평소에 바쁜 아침을 보내지 않았다면, 여유로운 아침의 진가를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겠네요.)

회사에 출근하는 날은 보통 아침을 바리바리 싸가거나 선릉역 내리기 직전에 회사 근처 스벅에 사이렌 오더로 그란데 아이스라떼를 주문해요. 출근해서 텀블러를 닦고, 물을 채우고, 스낵바에 맛있는 것이 있나 확인하고, 급하게 처리할 건이 없다면 인턴들의 일지를 읽으며 아침을 먹고는 하죠.

 


글을 쓰다가 갑자기 풀메를 하고 근처 카페에 나가게 되었어요. 사실 오늘은 저희 마지막 휴가일 뿐만 아니라 동생의 개강 전 마지막일이거든요! 아무리 비가 와도 집에서 여름방학을 마무리할 수 없다는 생각에 카페라도 가자는 제안을 했고, 바깥순이인 저는 당연히 오케이 했죠. 그렇게 부랴부랴 화장을 하고 집을 나섰어요. 회사에도 눈썹+립스틱 혹은 쌩얼로 출근해서 나름 오랜만의 풀메였는데요. 기분이 좋았어요!

오늘 간 카페는 집 근처 위딘카페에요. 송파사거리 스타벅스 뒷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보물이랍니다. 저도 오늘 첫 방문인데, 아늑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물론, 테이블이 2-3개 밖에 없고, 바 좌석이 3-4개 있는 조그마한 공간이라 자리가 없을 수도 있지만, 근처이고, 스벅과 조금 다른 따뜻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추천할게요.☺️

 

 

체스는 제가 졌어여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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