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반을 함께 한 친구의 결혼식 👰🏻♀️💍❤️🔥
어제는 무려 일본에서 결혼식을 위해 날아온 제 소중한 친구를 위해 원주까지 당일치기로 내려갔다 왔어요. (제 친구는 현재 일본에서 근무 중이랍니닷!) 제 인생의 반을 함께 한 이 친구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인데요. 학생 시절부터 함께 서로의 결혼식을 상상했는데, 그 순간이 현실이 되나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사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너무 바빴어서, 거의 제가 결혼식을 한 느낌이에요... 신부인 제 친구도 정신이 없었지만, 저도 정말 결혼식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이 제대로 안 날 정도로 바빴어요. 일단 엄청 긴장한 상태였기도 했고, 또 이것저것 옆에서 챙길 것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또, 어제 저는 제 인생 처음으로 축사를 했는데요. 전 날에 친구랑 얘기하면서 오열할 것 같다, 울면 어떡하냐부터 우는 게 아니라 빵 터지면 어떡하지까지 별의별 걱정을 다 했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 친구랑 친구 옆에 서 있는 남편 앞에 서니 다리가 후들거리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들을 편지지에 적어 갔는데, 손이 하도 떨려서 편지지를 들을 수 없었어요... 다행히도 편지를 올려놓을 수 있는 거치대(?) 같은 것을 주셔서 거기 위에 올려놓고 한 줄씩 신부와 신랑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손과 다리는 떨렸지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어요! 엄청 노력했거든요.
제가 그날 무대에서 너무나도 예뻤던 신부와 신랑을 보며 읽었던 축사를 꼭 기록해놔야겠다 라는 마음으로 오늘 포스팅을 시작했는데요. 막상 적으려니 살짝 부끄럽지만, 그래도 적어보겠습니다. (편지지에 적어 간 내용 그대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 순간 창의력을 발휘해서 말했던 말들은 전혀 기억이 안 나요...)
"안녕하세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그리고 직장인 윤서를 옆에서 지켜본 신부 친구 김혜수입니다. 예전부터 윤서 결혼식의 축사 자리는 항상 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날이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아요. 제가 섭섭해하지 않게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준 윤서와 그녀가 선택한 남자 OO오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시작으로 윤서와 오빠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를 짧게 해 보겠습니다.
오늘 세상에서 제일 예쁜 신부인 윤서야, 너의 결혼을 말로 감히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축하해.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너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까? 최근 주 90시간은 일한 것 같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혹시 너의 결혼식 당일에 집중하지 못할까, 어떻게 하면 일을 미리 더 많이 할 수 있을까 고민했던 내 마음을 너는 알까? 만약 너를 위하는 이런 모든 마음들을 안다면, 그건 네가 특별해서라는 것을 과연 너는 알고 있을까? 나는 오늘 너에게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꼭 말해주고 싶어.
나는 너와 함께 웃었던 순간들이 있어서 다시 돌아가도 행복할 수 있는 학창 시절을 가지고 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붙잡고 있었던 통화들이 있었기 때문에 타지에서의 생활이 덜 외로웠어. 또, 가끔 매일 마시는 커피가 더 쓰게 느껴지고, 설명할 수 없는 우울함에 괜히 남들에게 짜증내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실망할 때 도 있는데, 나의 이런 부족한 모습들까지도 다 보여줄 수 있는 너라는 친구가 있어서 난 이미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 적어도 나에게 넌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니까 너는 오늘 그리고 앞으로도 그 누구보다 행복할 자격이 있어.
그리고 윤서 옆에 서 있는 오빠에게도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고 하잖아? 당연히 윤서가 선택한 남자는 좋은 사람일 거야. 그리고 사실 오빠랑 윤서랑 셋이 만났던 첫날, 윤서를 바라보던 그 뜨거운 눈빛을 난 잊을 수가 없어.
몇 번 윤서가 나랑 오빠랑 비슷한 면이 있다고 했는데, 아직 오빠를 엄청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와 비슷하다는 가정을 하고 얘기해볼게.
일단 부끄럽지만 나는 가끔 내가 틀리다는 생각을 못 할 때가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맞는 것 같아서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상대방을 이해 못 할 때가 있지. 혹시라도 오빠도 이런 나와 같다면, 그래도 오빠가 사랑하는 윤서이니까, 한 번만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어. 물론 나도 가끔 윤서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지만, 윤서는 저 조그마한 몸 안에 별의별 생각들을 다 쌓아놓는 편이라 저 안에 뭔가 꼬인 게 있을 수도 있더라고. 그럴 때 윤서가 천천히 생각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항상 옆에서 기다릴 거라고 안심시켜주면서 오빠도 윤서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물론 나는 이런 부족한 점도 있지만 또 괜찮다고 생각하는 점도 있는데, 일단 나는 불만을 다 이야기하고 상대방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면 뒤끝 없이 다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나름 쿨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당연히 살면서 윤서와 뭔가 안 맞는 부분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때 오빠가 나처럼 먼저 문제를 풀려고 다가가고 함께 중간지점을 찾았으면 좋겠어.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윤서야, 나는 너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언제나 너의 행복을 응원하고 있을 거야. 이제 매일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이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꽃밭일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신 너의 하루하루가 꽃밭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는 한 톨의 거짓말 없이 말할 수 있어.
다시 한번 너의 결혼을 축하해."
노트북으로 적었을 때는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편지지로 옮겨 적으니 5장이 나오더라고요. (편지지가 굉장히 작긴 해요!) 시간은 체감 상 3분 정도는 걸렸던 것 같아요. 축사를 읽을 때는 너무 긴장한 상태여서인지 전혀 울지 않았는데, 사실 쓰면서 눈물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왜 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인데, 친구를 떠나보내는 느낌이 저도 모르게 났을까요? 아니면 너무 빠른 세월이 야속해서일까요? 하여튼 저도 모르는 사이에 울고 있었어요.
축사를 적으면서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너는 많은 사랑을 받는 소중한 존재이니 본인을 더 인정해주고, 사랑해라'였어요. 사실 이 메시지를 말해주고 싶은 친구가 제 주위에 한 명 더 있는데요. 만약 이 글을 읽게 된다면 누군지 분명 알 거예요,,,👀 저는 외모도, 마음도 예쁜 사람이랑만 친구 한다고 제가 여러 번 말하는데도 못 믿으면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고 저만 속상하다구요.
무대에서는 엄청 떨었지만, 사실 축사 반응이 매우 좋아서 매우 뿌듯했어요!! 여기저기서 신부 친구님이라고 부르며 축사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해주셔서 굉장히 행복했답니다~
막상 축사할 때는 안 울었는데, 윤서 아버님이 울 때 한 번 오열하고, 또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편지를 보며 흐느끼고, 마지막으로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맞절을 올릴 때 또 오열했어요... 남의 결혼식에 이렇게 잘 울다니... 저번에 직장 동료의 결혼실에 갔을 때도 부모님께 인사하는 장면에서 혼자 또 울컥했잖아요... (근데 사실 아버님이 우는 것은 반칙이에요ㅠㅜㅠㅜㅜㅠ)
본식과 식사, 2차 뒤풀이까지 마치고 저는 막차를 타고 다시 서울로 올라왔어요. 막차 타기 전에 소주 반 병을 한 3분? 안에 마셨는데요. 안 그래도 피곤하고, 하루종일 물도 별로 안 마셨던 상태라 알딸딸한 기분 좋은 상태로 원주역까지 갔답니다. 오늘 아침에 소주 반병 마신 것 치고는 속이 살짝 쓰렸지만, 그래도 안 마실 수 없었어욧!!!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친구야, 네가 이 글을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보게 된다면 다시 한번 축하해. 행복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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